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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꽃과의 대화

꽃이 밑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꽃이 더러운 흙으로 귀순하는 숙명을 내게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정녕 아닐까 꽃에게 내가 묻는다 "꽃아, 너는 왜 그렇게 전신을 다 드러내고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흉한 모습을 내게 보여주느냐?" 꽃이 대답한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이지만 전혀 흡족한 반응이 아니지만 애틋한 꽃의 말을 나는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런 어려운 질문에 내가 대답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아예 나는 꽃으로 태어나지를 않았을 거예요!" © 서 량 2009.05.08 --- 2020.05.30

2009.05.08

|詩| 꽃이 피는 동안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봄나들이 행렬을 이뤘어요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조심스레 매달린 귀신같이 새하얀 봄꽃도 봄꽃이지만 검푸른 기와지붕도 봄볕에 반짝이는 질항아리들도 무지하게 아름다운 집단으로 공존하는 풍경이에요 이처럼 흥겨운 인터넷 화면의 봄나들이를 도무지 어쩌지요 쌀쌀한 봄바람에 술렁이는 대지의 습성일랑 또 어쩌지요 햇살이 눈부신 날일 수록 정체불명의 신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고 있대요 조금씩 홀로 떠밀리는 혼자만의 운명일랑 절대 용납하지 않는 무서운 성미지만 나중에라도 알고 보면 참 너그러운 신이라나요 달래 냉이 꽃다지가 당신의 연약한 미각을 자꾸 톡톡 건드리는 힘에 못 이겨 당신이 느리게 몸을 푸는 동안 그 정체불명의 신이 좀 강짜를 부린대요 © 서 량 2009.04,08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