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은 오로지 바람을 위해 저도 모르게 태어났대나 봐장마비가 개울물을 몰아내듯꽃은 늘 그렇게 세차게 밀어붙인대
그리움 따위란 꿈에도 모르는 새싹들이까딱까딱 머리를 치켜들던 아침이 다녀가고징그러운 한나절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네 징그러워 견딜 수 없으면서도 솔직히크게 싫지가 않아요 새벽 잠에서 깨어나 베란다 문을 열고 바깥세상에 나갔지달은 달대로 쌀쌀맞게칠흑 같은 창공에 둥실 떠있고나는 나대로 눈물이 핑 도는 거 있지혹시나 나도 애오라지 꽃처럼 바람 때문에바람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며 태어났나?
© 서 량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