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하늘 사이로 저 검푸른 나뭇잎이 흔들리는지
저 뚜렷한 귀금속 청동의 거목 인자한 가지마다
당신의 소망이 우리 미미한 공백의 마음을 흔드는지
더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대저 우리의 실책이라는 것들이
이 엄청난 시공으로 매달리듯 날아가는
구름 떼의 아득한 신음 소리다 하셨다
나무를 휘감아 오르는
어느 더운 바람의 심중이
우리 속 죽음의 잔가지를 부검하는
목숨 깊은 칼질이다
순순히 솟아나는 푸르름의 떨림이다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전혀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시작 노트:
88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된 해에 내가 미국에서 이런 시를 쓰다니, 하는 상념에 잠긴다. 한여름. 하늘을 가리다시피 신록이 울창한 나무잎새들이 흔들리던 그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엄청나게 큰 나무 둥치서껀.- 2023.03.04
© 서 량 1988.09.12
첫 시집 『만하탄 유랑극단』(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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