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큰 나무 노래

서 량 2023. 3. 4. 19:19

 

큰 하늘 사이로 저 검푸른 나뭇잎이 흔들리는지

저 뚜렷한 귀금속 청동의 거목 인자한 가지마다

당신의 소망이 우리 미미한 공백의 마음을 흔드는지

더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대저 우리의 실책이라는 것들이

이 엄청난 시공으로 매달리듯 날아가는

구름 떼의 아득한 신음 소리다 하셨다

 

나무를 휘감아 오르는

어느 더운 바람의 심중이

우리 속 죽음의 잔가지를 부검하는

목숨 깊은 칼질이다

순순히 솟아나는 푸르름의 떨림이다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전혀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시작 노트:
88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된 해에 내가 미국에서 이런 시를 쓰다니, 하는 상념에 잠긴다. 한여름. 하늘을 가리다시피 신록이 울창한 나무잎새들이 흔들리던 그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엄청나게 큰 나무 둥치서껀.- 2023.03.04

 

© 서 량 1988.09.12

첫 시집 『만하탄 유랑극단』(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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