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눈요기

서 량 2023. 3. 6. 19:56

 

꽃게는 우락부락한 꽃이다

가파른 사랑의 행로를 기어온 울퉁불퉁한 내력이다

꽃게가 모니터 화면에 뿌리 깊이, 잔뿌리도 깊게

실물보다 더 촘촘한 해상도로 꽉 박혀있다

게딱지 안쪽으로 순식간에 그러니까, 아주 부지불식중에

금방 찐 감자보다 더 뜨거운 체액이 고인다

 

시작 노트:
게가 양팔을 니은 자 모양으로 치켜드는 장면은 늘 좀 귀여워 보인다. 어릴 적 조그만 게에게 손가락을 물리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꽃게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게가 꽃처럼 보여서 생긴 말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서 량 2011.06.21

월간 시집 <우리詩> 2011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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