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꿈에 나오는 사람들

서 량 2023. 3. 8. 19:49

 

얼핏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분명 낯 익은 얼굴이다. 정면이 아닌 옆 얼굴 모습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어요. 굳이 심중을 밝히지 않아도 좋으련만. 이상해 딱히 내게 접근하지 않아도 좋았을망정.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이 편치 않으면 않을 수록 많은 등장인물들이 꾸역꾸역 무대로 쏟아져 나왔다. 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스쳐가는 동안 우렁찬 남성합창이 울렸던 거야. 멜로디가 까무러치게 아름다웠어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원해서였다고 하면 더 더욱 애절해. 소나타 형식을 따를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정작 저 자신은 곡의 진행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는 꿈을 꾸는 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냐. 조명이 어두운 객석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시작 노토:
"이것은 미친 짓이지만 이 속에 질서가 있다." 폴로니어스가 햄릿에게 한 말이다. 수다스럽고 거들먹거리던 오필리아의 아버지 플로니어스! 나와 당신의 꿈은 미치광스럽지만 그 속에 질서가 있다. - 2023.03.09

 

© 서 량 2011.08.03

-- 네 번째 시집 <꿈, 생시, 혹은 손가락>에서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내 겨울詩는 음산하다  (2) 2024.01.30
|詩| 편안한 겨울  (0) 2024.01.30
|詩| 눈요기  (1) 2023.03.06
|詩| 큰 나무 노래  (5) 2023.03.04
|詩| 아버지의 방패연  (4)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