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그림자가
휘청거리는 장면을 보았다
무형도 유형도 아니면서 연신
변덕을 부린다 누군가 저를
살펴보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듯
태평한 동작!
내가 점잖아지면 저도 차분해지고
내가 까불면 금세 팔짝팔짝 뛰논다
그는 찬 바람 몰아치는 봄밤이면
내 등때기에 바싹 들러붙어
내 육신의 명맥을 잘 이어주는
본심을 알 수 없는 동물이었다
지금 잠시 어디로 외출하고 없는 내 그림자가 그립다
시작 노트:
16년 전에 멋모르고 쓴 시를 지금 새삼 살펴본다. 그때도 내 동물뇌와 인간뇌를 분리해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잘난 척하면서 분별심을 발휘하는 나는 또 누구냐. 나도 내 그림자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을 뿐. - 2023.02.28
© 서 량 2007.07.26
-- 뉴욕중앙일보 2007년 8월 2일에 게재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큰 나무 노래 (5) | 2023.03.04 |
---|---|
|詩| 아버지의 방패연 (4) | 2023.03.01 |
|詩| 혀끝 (1) | 2023.03.01 |
|詩| 겨울 소리 (1) | 2023.02.12 |
|詩| 겨울 아침 (2) | 2023.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