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날달걀을 위한 여린 생각

서 량 2022. 3. 17. 18:09

   --- *거리의 악사여, 세상은 넓고 당신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브르통, 수포

 

쓰린 속에 달걀을 깨어 넣는다

달걀이 내 몸 안에 들어온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잠식당한다

**생물속생설 안에 안주하는 나

 

홀씨가 발아하는 굉장한 이벤트/ 보송보송한 민들레 홀씨/ 야외천막 곡마단/ 객석을 향하여 한 발 다가서는 아코디언 주자/ 관객 한두 명이 눈 여겨 보는 악사의 대담한 복장/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두터운 천막 안

 

달걀 껍데기를 콕콕

쪼아 먹는 갈가마귀 한 마리

고개를 수평으로 꺾어 하늘을 보네

내 물컹한 소화기 한 모퉁이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 들리네

 

*앙드레 브르통, 필립 수포 공저, 자동기법으로 쓴 시집 <<자장, 磁場>>(1921) 중에서 <우리 움직임을 그쳐요>의 한 구절

 **모든 생물은 이미 존재하는 다른 생물, 즉 어버이에서 비롯된다는 학설로서 자연발생설에 반증을 통하여 1862년에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에 의하여 확실하게 증명됨.

 

시작 노트:
아무래도 나는 꿈과 현실 중에서 꿈을 추적해야겠다. 1924년에 초현실주의를 선포한 앙드레 브르통의 꿈을 따라야겠다. 왜 그런 결심이 새삼 서는지 그 자세한 이유도 잘 모르는 주제에.

 

© 서 량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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