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개구리 비

서 량 2022. 2. 28. 18:48

 

천둥이 울렸어/ 하늘을 덮고 있던 솜이불이 젖혀진다/ 개구리들이 수없이 떨어지는 검푸른 땅/ 팔 다리가 Y字로 45º 90º로 펼쳐지더니/ 네모 반듯한 방패연이 약간씩 흔들리는 모습/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얇은 뱃가죽을 스치는 더운 기류를 타고/ 비단실비가 쏟아지는 거야/ 개구리들이 수직으로 다이빙하는 하늘을 본다 

 

배수가 잘 되는 곳에서 쑥부쟁이가 잘 자란대/ 낙동강 근처 논두렁 미꾸라지들이 똬리를 틀고 있어/ 아득한 화음/ 한사코 물뭍동물 몸통에 매달리려는 여린 팔 다리 소리/ 맞받아치는 검푸른 땅/ 6시 5분/ 어디 그럴 리가 있겠어 하며 당신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우리를 쾅쾅 강타하는 저 개구리 떼거지들을 봐봐

 

시작 노트:

1999년에 29살 나이의 Paul Thomas Anderson 감독이 제작한 영화 'Magnolia' 마지막 부분 쯤 무수한 개구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강변 회오리 바람이 개구리나 물고기들을 하늘로 치솟게 했다가 중력 때문에 우루루 땅으로 떨어지게 하는 기상학적 현상이다. 내 나이 5살 좀 넘어 낙동강 근처에서 살때 하루는 미꾸라지가 떼거지로 장대비처럼 논두렁으로 떨어지던 기억이 새롭다. 

 

©서 량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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