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계단 / 김정기

서 량 2022. 2. 6. 17:41

 

계단

                          김정기

 

 

꿈마다 계단을 허물고
평지를 만든다
다음날 다시 가보면 더 높아지는 계단
손톱에 피가 엉기도록
다시 허물며 밤을 지샌다

그래도 층계는 여전히 버티고 있어
약해진 발의 공포가 켜켜이 쌓인다
어디든 밀어내는 계단 앞에
매일 작아지는 나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매일 자란다

밤마다 허무는  나의 손을 잡고
둥근 달의 인력으로 길을 내는
어렴풋한 빛이 어둠속으로 새어들어
황홀한 길을 펼처주고있다
닥아오는 계단을 달리듯 갈아엎고 가고 있다.

 

© 김정기 20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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