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깨기2
김정기
토요일 아침 달걀을 깬다.
둘이 부딪치면 하나만 금이 간다.
둘의 싸움에서 한쪽만 부서지는 세상
사람들 같다.
먼 바다로 돌아가는 물살은 급해서
햇살을 앗아가는데
결국 하나 남은 성한 달걀은 이긴 것 같았지만
싱크대 모서리에 소리 내며 깨져서
피 흘리게 마련이다.
들창 너머 후미진 곳에 어두움을 만들던
여름도 서서이며 늪지를 감돌고
토요일마다 달걀을 깨는 손 끝에 맺히는 울음
© 김정기 200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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