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강을 건너는 시간
김정기
오후 땡볕을 달래는 강물소리에
여름을 덧입고
뒤 돌아보니
세상은 뜨겁게 달아 올라도
지나온 발자국은 차겁기만하다
목이 마른 바람 소리가
닥쳐온 계절의 옷깃을 잡고
오래 찢기고 바스러진 것들이
무성하게 푸르러 강물과 동행한다
가쁜 숨으로 적막을 조우하는
시간을 잠그고
조금씩 여름날을 베어먹는다
어지러운 증세가 녹아 강바람으로
떨리는 피안을 향해 손사래치며
일어서는 강물 문고리를 잡고
허기지고 삭은 오늘을 추스려
한 걸음씩 이 땅에 없는 빛으로 다가 간다
© 김정기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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