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자목련의 첫외출

서 량 2022. 4. 16. 22:11

 

바람의 습도를 감지하는

자목련, 어깨를 움츠린다 어두운 붉은색

꽃잎 짙푸른 초록빛 품에 휘말려요

바람결 연신 흔들리는 자목련

당신은 도시의 불온한 습기를 한껏

들이마실 것이다 간간 크게 놀라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 말투를 흉내 낼 것이다 자목련의

첫 번째 외출 어두운 붉은색 꽃잎

짙푸른 초록빛 품으로 산산이 흩어지네

 

시작 노트:
2021년 봄 즈음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보고 또 보는 차고 옆 굴뚝 앞 자목련이다. 키가 내 두배 정도. 자목련의 엉성한 가지는 있는둥 마는둥 자목련이 가지채 세차게 흔들린다. 꽃의 흔들림은 순전히 바람 때문이다. 모든 꽃들이 그러하듯 자목련은 바람에 합세한다.

 

© 서 량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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