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폭주한다 브릉 부르릉
샛노란 개나리 벚꽃 자목련서껀
서슴없이 합세하는 화살 다발 다발
소스라치게 날아가는 4월 사랑
피아노 페달을 심하게 밟지 않아도 괜찮아 페달에서 발을 아주 떼면 안돼 머리가 하얗게 센 온음표를 일부러 빠듯하게 연주하면 곡이 이상해지지 머리칼이 새까만 4분 음표들이 보무 당당하게 걸어가는 순간이다 군대식 질서 강약 중강약 척척 강약 중강약 착착 4월이 내뿜는 소리를 파스텔컬러로 그리려 해요 무관심과 애절함에 흠뻑 젖는 연주 태도 때문에 점수가 좀 깎인다 해도
*“틀린 음정을 치는 일이
곡을 틀리게 해석하는 짓보다 낫다…” 하며
소나타 형식을 난데없이 무시하고
얼떨결에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 사랑이다
실성하는 자유를 박탈당한 entity답게
실성하는 자유를 완전 박탈당한 entity답게
미친 바람 사나운 바람결에 흩날리는 4월은
* 영화 <피아니스트>(2001)에 나오는 피아노 지도교사의 대사
시작 노트:
요즈음 2001년 영화 'The Piano Teacher'에 빠져 있다. 한국에서도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바 있는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 원작 소설. 정신과적인 면에서 많은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 주인공이 학생을 교습하는 장면 중 피아노 연주기법에 대한 충고지만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 부분이 많았다. 정식으로 꼬박꼬박 클래식 클라리넷 레슨을 받던 중학교 시절이 그립다.
© 서 량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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