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으로 한국에 개봉된 디즈니 2013년 애니메이션 영화 ‘Frozen’에 나오는 ‘Let it go’를 4살짜리 손녀가 동영상 속에서 노래한다. 캐릭터의 몸짓과 얼굴 표정까지 고스란히 흉내낸다. 가사의 뜻을 알기나 할까.
중간에 나오는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볼 시간/ 내 한계와 돌파구를 테스트할 시간/ 옳은 것도, 그른 것도, 규칙도 없이/ 나는 자유다 – 자신의 임계점을 알아내는 도전감으로 설레는 가슴! 세상의 규범과 관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생각과 상상의 자유로움!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 놓아버려, 놓아버려/ 그리고 나는 새벽처럼 일어날 거야/ 놓아버려, 놓아버려/ 완벽한 소녀는 가고 없어/ 환한 대낮에 나 여기 서 있다/ 폭풍이 몰아치라고 해/ 추위는 전혀 날 건드리지 못했다 – 이때 ‘Let it go’는 남에게 저를 놓아 달라는 구차스러운 부탁이 아니라 자신의 노이로제를 스스로 놓아 버리겠다는 자유에의 추구와 결기(決起)다.
겨울왕국은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The Snow Queen, 눈의 여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된 것이라 한다.
‘눈의 여왕’은 악마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만 본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괴로워하면 악마는 즐겁다. 악마의 부하들이 신(神)을 골려 주려고 거대한 거울을 천국으로 운송한다. 실수로 떨어뜨린 거울이 산산조각이 난다. 깨진 거울 쪼가리가 미세먼지처럼 지상으로 흩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박힌다.
‘카이’와 ‘겔다’는 옥탑방에 사는 이웃 사이. 옥상 정원에서 장미를 가꾸며 서로 좋아한다. 어느 여름날 카이는 악마의 미세유리 먼지가 눈에 박힌 후 겔다를 냉대하기 시작한다. 그해 겨울, 전신이 창백한 눈의 여왕이 카이를 납치하여 얼음궁전에 가둔다.
천신만고 끝에 카이를 찾아내어 뜨거운 사랑의 눈물로 그의 몸을 덥혀주는 겔다! 덩달아 흐느끼는 카이의 눈에서 악마의 거울 쪼가리가 씻겨져 내린다. 겔다가 눈의 여왕을 성공리에 퇴치한 이유를 안데르센은 마태복음 성경구절로 말미에 설명한다. -- ”어린아이처럼 되지 못하면 너는 결코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다.”
19세기의 겔다는 눈의 여왕이라는 외부적 상황과 대적한다. 엘사는 21세기에 마음의 마법이라는 내부적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안데르센의 남녀는 동심(童心)의 힘으로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다. 디즈니 스타일의 남녀는 정치적 상황에 마냥 휩쓸린다.
얼굴이 잘생긴 한스 왕자가 아렌델 왕국의 왕좌를 노리면서 안나를 유혹한다. 얼음이 된 그녀를 죽게 내버려두고 엔셀을 처형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2019도 판 ‘Frozen 2, 겨울왕국 2’에서 더 크게 판을 치는 정치 판도! 엔셀의 할아버지가 마법의 숲에 사는 부족을 통제하려고 완공한 댐이 사실은 생명의 물줄기를 막아 놓은 둑이었다는 정치공학을 음미해 보라.
2020년에 작별을 고한다. 눈의 여왕보다 더 미치광스러운 코로나의 춤사위가 한창인 겨울에 정적들을 처단하려는 시도에 꼴 좋게 실패한 정객들의 만화영화 같은 언행과 제스처를 주시한다. 손녀딸이 동영상에서 소리친다. – 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Let it go, let it go… Let the storm rage on~♪♬
©서 량 2020.12.27
-- 뉴욕 중앙일보 2020년 12월 30일 서량의 고정 칼럼 <잠망경>에 게재
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896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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