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311. 새로운 옛날

서 량 2021. 1. 25. 03:38

 

뉴스(news)는 새롭다(new)는 형용사에 다수를 지칭하는 알파벳 ‘s’가 붙어서 만들어진 명사로서 새로운 소식이라는 뜻이다. 철 지난 소식의 위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오래된 뉴스를 ‘old news’라 한다. 꽃피고 새우는 봄이 올라 치면 당신과 나는 추운 겨울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 기지개를 켜며 봄을 맞이하는 새로움에 몸을 떨지만 이 봄은 낡고 구태의연한 ‘old news’다. 새로운 봄은 옛날 봄의 따분한 반복일 뿐.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을 성격유형을 연구하는 정신과 일각에서는 ‘novelty seeking(새로움의 추구)’이라 부른다. ‘sensation(감각)’을 앞에 넣어 ‘Sensation/Novelty Seeking (감각/새로움의 추구)’이라며 약자로 ‘SNS’라 해서 ‘Social Network Service (SNS)’의 소문난 상투어에 얹혀 가기도 한다.

 

‘novelty seeking’은 알콜 중독자들의 특징을 연구하던 로버트 클로닝거(Robert Cloninger: 1944~ )가 1987년에 창출한 개념이다. 클로닝거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자신의 기본적 감성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거의 매일 술을 마셔서 그 결과로 생기는 두뇌작용의 새로운 현상에 만끽하는 생물학적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던 것이다.

 

인류 역사에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 빼어난 학자나 발명가들도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타고난 현실과 주어진 환경을 견디지 못해서 무리한 방법으로 새로움을 추종하는 인간들이 오매불망 찾아 헤매는 유토피아는 애오라지 가상적 현실과 이념적 차원에서만 가뿐 숨을 몰아 쉬는 것으로 보인다.

 

‘novelty’는 14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새로움, 또는 신기한 물건이라는 뜻 외에도 1901년에는 ‘useless but amusing object (쓸모 없지만 재미있는 물건)’이라는 의미로도 통하고, 그런 조그만 물건들을 관광객에게 파는 상점을 ‘novelty shop’이라 부른다. ‘novelty’를 영한사전은 ‘자그마한 싸구려 장난감이나 장식품’이라고도 풀이한다.

 

‘novelty’는 ‘novel, 소설’과 말의 뿌리가 같다. 소설이 새롭고 신기한 소재나 주제를 다루어야 하는 것은 뻔한 이치! 그런가 하면 시쳇말로 “야, 너 지금 소설 쓰냐?” 하는 비아냥처럼 새로움도 소설도 픽션에 지나지 않는다. 죄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유전학이며 생물학적 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에서 출발한 클로닝거가 근래에는 정신분석학적 견해를 적용한 발언을 자주 한다는 소식이다. 1993년 강연에서 내가 일자무식하게 던진 정신분석학적 질문에 대하여 인간의 ‘free will (자유의사)’마저도 유전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자유의사가 생물학적 영역에 속한다면 정신분석이나 상담을 받아 무엇 하겠냐는 그의 냉소적 암시가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클로닝거는 최근 정신건강의 3대요소를 남과의 협조(cooperation), 자기 지향성(self-directedness), 그리고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이라 손꼽는다.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노력은 현실을 자기의 성향에 맞게 바꿔 보겠다고 덤벼드는 기획이나 공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런 사람들은 새로움(novelty)의 중독에 빠져서 지금 소설(novel)을 쓰고 있는 것이다.

 

 

© 서 량 2018.04.29

--- 뉴욕 중앙일보 2018년 5월 2일 서량의 고정 칼럼 <잠망경>에 게재

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6160238 

 

[잠망경] 새로운 옛날

새로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옛날이 새삼스럽게 되풀이 될 뿐이다. 2018년 4월 말, 꽃피고 새우는 봄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건만 옛날 봄이나 한치도 다름없는 봄기운이다. 새로운

www.koreadaily.com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컬럼| 73.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0) 2021.02.02
|컬럼| 381. 그레고리  (0) 2021.01.25
|컬럼| 380. 언힌지드  (0) 2021.01.11
|컬럼| 379. Let It Go  (0) 2020.12.28
|컬럼| 378. 대형사고  (0) 202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