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와사비 푸른 콩

서 량 2020. 11. 27. 21:39

 

짙은 녹색이 청색에 가깝다

함박눈이 아무 때나

펑펑 쏟아진다 기약도 없이 

새벽 4시에 간식을 먹는다

밖에서 무슨 일이 터지는지

더 이상 관심을 쏟지 않아도 돼

자폐증의 즐거움과

짙푸른 녹색이 서로 결이 잘 맞아요

앞서 말했듯이 꼭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

눈 시린 실내에 온통

오렌지 계통의 빛이 넘쳐나고 있어요

어찌 생각하면 속이 쓰릴 만도 하지

약손가락 손톱보다 좀 작은 크기

푸른 콩들이 막 뛰어다니네요

등을 잔뜩 꼬부린 태아 모습들

등을 잔뜩 꼬부린 생선 모습들

나는 어느새 와사비와 호흡이 척척 맞는다

 

©서 량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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