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에 매달린 고드름 눈물 긴 한숨 끝으로 떨어지는 수정체 공룡이 쿵 쓰러졌다가 집채만한 하품을 하며 다시 살아나는 장면 이윽고 터지는 당신 분홍색 진한 잇몸 웃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듣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주제 멜로디가 흐느끼는 순간을 사각형의 관광엽서가 찰카닥 사진으로 포착하는 순간
그건 내 새파랗게 젊은 아버지 손을 잡고 스물 다섯 살의 무성한 머리칼로 이마를 덮은 어머니가 한 살 짜리 나를 광목 띠로 둘둘 말아 등에 업고 그 우라질 놈의 강원도 삼팔선을 넘는 한밤중의 오열이었다 그건 당신과 나의 칠흑 같은 무관심에서 무사히 탈출한 여름이 아무도 없는 하늘나라 바닷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내 사랑의 기법이다 이 멜로디가 배경음악으로 펑펑 울리는
© 서 량 200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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