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266. 정신집중

서 량 2016. 8. 8. 09:49

뇌세포는 한번 손상 당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근래에 많이 바뀌었다. 뇌세포는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10년 사이에 과학적으로 여러 번 증명됐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뇌졸증, 파킨슨병, 그리고 외상성 두뇌손상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일이다.

 

뇌세포를 연결시켜주는 신경조직을 전선에 비유해서 'wire'라 한다. 신경생물학의 금언 중에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가 있는데 직역하면 "작동을 같이 하는 신경세포들이 같이 배선된다." 인간에 비유하면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같이 어울려 다니다가 한통속이 된다는 뜻. 애완견과 주인의 걷는 모습이 비슷해지고 연인이나 부부끼리 서로 닮아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경조직은 나무의 잔가지에 비유된다. 신경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신경조직이 가지를 뻗기도 하고 연결이 필요 없는 부분은 지가 알아서 가지를 친다. 머리를 어디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뇌가 알아서 변하는 것이다. 이런 희한한 두뇌의 특징을 유식한 말로 'neuroplasticity (신경가소성, 可塑性)'이라 한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신경세포는 스스로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You can't teach an old dog new tricks. (늙은 개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신경생물학적 차원에서 아주아주 틀린 생각이다. '신경가소성' 원칙대로 우리의 뇌는 'from cradle to grave,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진장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느 날 당신이 느닷없이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거나 갑자기 색소폰을 배울 때 당신의 뇌가 당장 첫날부터 부산스럽게 변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두뇌도 육체처럼 노쇠현상을 일으킨다. 노쇠를 지연시키기 위하여 누구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두뇌가 은퇴하는 것을 나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뇌도 몸처럼 운동을 해야 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더니 두뇌운동을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라. 억지로 하지 말아라. 다이어트도 기분 나빠하면서 하면 빠졌던 살이 다시 찐다.

 

2. 기왕 했다는 소리를 들을 바에 차라리 뜨거운 정열을 쏟아라. 동기의식이 강하면 강할 수록 성과가 이루어지는 법이다.

 

3. 악기를 연습하듯 반복해서 연습해라. 'Practice makes perfect, 연습이 제일이다', 라는 격언을 상기하라. 노래나 염불이나 무당 굿의 효능도 연신 반복되는 리듬에 그 은밀한 비밀이 있다.

 

4. 당신이 배움에 몰두하는 배경을 조용하게 하라. 잡음을 참고 견디기 보다 주저 없이 제거하라.  

 

5. 두뇌운동 후에 육체운동을 꼭 하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부산스럽게 걸어 다닐 때 우리의 두뇌활동은 강해진다. 

 

두뇌활동은 심장박동이나 다름 없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수면을 취하는 동안 재충전을 한다는 것일 뿐이다. 두뇌도 심장처럼 당신이 코를 드렁드렁 골며 세상 모르고 자는 사이에도 부단히 작동한다. 두뇌의 생존방식은 다람쥐나 참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쉬지 않고 동작하는 그들과 뇌세포의 유동성을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16 8 7일에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대한민국이 러시아를 꺾고 8연패, 32년에 걸친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궁술은 과녁의 정곡을 찌르는 치열한 정신집중이 핵심이다. 죽었던 뇌세포의 기능이 살아나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서 량 2016.08.07

-- 뉴욕중앙일보 2016년 8월 10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