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264. 장난스러움

서 량 2016. 7. 11. 12:46

 

정신과의사가 환자에게 유머러스한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하여 논란이 일어날 때가 있다. 물론 유머의 효과나 부작용은 환자에 따라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싱거운 정답이 결론이다. 사람 사이에 농담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을뿐더러 적절한 강도의 유머가 정신치료에 유효하다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뉴욕 주립대학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교수 '글렌 게어(Glenn Geher)'에 의하면 적령기 여성들이 매력을 느끼는 남자의 첫째 조건이 유머감각이란다. 그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인류의 존속을 위한 출산과 육아 역할을 담당한 여성들이 남성에게서 원하는 것이 재산보다는 지성이라는 점과 지성의 높고 낮음이란 유머감각이 얼마만큼 있느냐 없느냐를 보면 즉석에서 알아낼 수 있다는 학설을 주장한다.

 

남자도 여자의 미모가 중요하겠지만 누가 뭐래도 자기가 한 농담을 얼른 알아차리고 웃음으로 반응하는 여자에게 끌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것은 남성 또한 한 여성에게서 지성을 발견한 순간 그녀에게 확 쏠린다는 어쩔 수 없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humor'는 원래 14세기 중엽에 고대불어와 라틴어에서 '체액, 몸의 물기'라는 뜻이었는데 18세기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유머라는 단어로 변모했다. 유머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몸에서 나오는 물기와 같다는 사연이다.

 

우리의 의식구조를 지배해 온 공자보다 백여 년 늦게 태어난 플라톤은 그의 공화국에서 농담을 금지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람이 크게 웃을 때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이 없어진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상공화국의 국민들은 시끄럽게 웃는 순간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던 모양이다. 그의 의견도 많이 틀리지는 않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성 속에 걸핏하면 약자를 멸시하고 깔보는 못 돼먹은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머의 첫 번째 메커니즘으로는 우월감(Superiority)이 단연 으뜸이다. 일례로 양키들은 폴란드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농담을 즐긴다. 전구를 갈아 끼우는데 몇 명의 폴란드 사람이 필요하냐고? 세 명! 한 사람은 전구를 들고 있고 둘이서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면 되니까.

 

두 번째로 유머는 모순성(Incongruity)이 특징이다. 칸트, 키에르케고르,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사항이다. 의사들이 자기 집을 사무실로 쓰던 시절에 젊은 남자가 문을 두들기며 "선생님 계십니까?" 했더니 예쁜 의사부인이 고개를 내밀면서 "없으니까 빨리 들어오세요!" 했다는 농담에도 밋밋한 상식이 뒤집혀 엎어지는 모순성의 짜릿함이 있다.

 

세 번째로 유머에는 프로이트가 설명한 대로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는 안도감(Relief)도 있다. 오래 전에 차 판매원이 나에게 차 트렁크가 넓어서 참 좋다며 허풍을 떨기를 트렁크 속에 와이프와 장모를 한꺼번에 넣을 수 있다고 해서 크게 웃었던 적이 있다. 그 유대인 특유의 썰렁한 농담은 자신의 와이프와 장모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시키는 카타르시스였다.

 

네 번째 메커니즘으로 13세기 신학자, 성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가 역설한 장난스러움(Playfulness)이 나는 제일 좋다. 누구나 순간적으로나마 어린애처럼 장난을 칠 때 마음이 즐거워지는 법. 우리는 생후 4개월 정도에서 간지럼을 태우면 깔깔 웃어대고 6개월쯤 해서 '까꿍!' 하는 부모의 장난이 재미있어서 팔다리를 힘차게 흔들지 않았던가.

 

전구를 갈아 끼우려면 몇 명의 의사가 필요하냐고? 그건 전구가 어떤 보험을 가졌느냐에 딸렸지. 오늘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힘껏 웃으면서 유머의 혜택을 만끽하고 싶은 당신과 나의 삶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으하하.

 

© 서 량 2016.07.10

-- 뉴욕중앙일보 2016년 7월 13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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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장난스러움

정신과의사가 환자에게 유머러스한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하여 논란이 일어날 때가 있다. 물론 유머의 효과나 부작용은 환자에 따라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싱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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