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초상
임의숙
꽃은 떠났습니다.
서릿결을 살짝 들추어 보니
나의 발자국입니다
부풀었던 잉태의 시간들
뒤돌아 보지 않으려는 나는
겨울로 가겠습니다
층층이 쌓여 갈수록 꽁꽁 얼어붙을 수록
간절하게 따스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직선으로만 걸어온 계절은 모서리조차
멀찍이 돌아가 회색으로 내려 앉는 시간
쉰 살의 하루에는
해도 달도 별도 조등처럼 하나가 되었습니다
손가락 벌어진 나무마다 새들은
허물어진 반지를 걸어 놓고 떠났습니다
꽃은, 붉은 꽃은 떠났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손가락 벌어진 나무마다 새들은
허물어진 반지를 걸어 놓고 떠났습니다
꽃은, 붉은 꽃은 떠났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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