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하얀 침묵 / 임의숙

서 량 2015. 4. 20. 23:30


하얀 침묵

 

                           임의숙

 

 

아주 어릴 적

그 가지를 꺾은 적이 있습니다

뭣 모르고 꺾었습니다

새벽 안개처럼 어머니의 동공이 흔들릴 때

말 없는 이별이 무서웠습니다

조금 어릴 적

꽃 몽우리 손바닥에 피웠습니다

알듯 모를 듯 침묵은

멀리 달아난 나비처럼

꽃이 피는 시기를 알지 못해 흔들렸습니다

당신의 침묵은 어두워 나는

무겁고 검은 외투를 꺼내 입었습니다

하얗게 터진 꽃잎 앞에서 알았습니다

기다림이 시들기도 한다는 것을

그 나이가 되어야 이해 한다는 것을

당신의 침묵이 목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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