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나는 물고기
송 진
숲 속 소각장에
트럭 하나가 임종을 부리고 있다
썩은 야자 열매, 얼룩진 매트리스,
절름발이 의자, 잡다한 폐가의 족보들
밤을 기다려 불을 지핀다
초라한 몰골들의 마지막 용트림이
환한 대낮에는 민망스러워서일까
나름의 제의식일까
바람이 흰 혼백을 소처럼 몰고 간다
한때는 귀중했던 용도 폐기품들을
기억의 외진 골방에 모셔 놓고
그 불협화음에 시달리는 나는
한 마리 날벌레가 되어
불꽃 주위를 맴돈다
법정 스님이, 간디가
불길의 수염을 쓰다듬고
함부로 탕진할 수 없어
투명하게 응고되었던 화석들이
점점 달아오르는 불길 속에
촛농으로 흐르면
살을 잃은 상형문자들
파도 위를 날다가
바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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