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바다 위를 나는 물고기 / 송 진

서 량 2015. 2. 6. 10:39


바다 위를 나는 물고기

 

                 송 진

 

 

숲 속 소각장에

트럭 하나가 임종을 부리고 있다

썩은 야자 열매, 얼룩진 매트리스,

절름발이 의자, 잡다한 폐가의 족보들

 

밤을 기다려 불을 지핀다

초라한 몰골들의 마지막 용트림이

환한 대낮에는 민망스러워서일까

나름의 제의식일까

바람이 흰 혼백을 소처럼 몰고 간다

 

한때는 귀중했던 용도 폐기품들을

기억의 외진 골방에 모셔 놓고

그 불협화음에 시달리는 나는

한 마리 날벌레가 되어

불꽃 주위를 맴돈다

 

법정 스님이, 간디가

불길의 수염을 쓰다듬고

 

함부로 탕진할 수 없어

투명하게 응고되었던 화석들이

점점 달아오르는 불길 속에

촛농으로 흐르면

 

살을 잃은 상형문자들

파도 위를 날다가

바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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