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혼자 부끄러운 날 / 임의숙

서 량 2014. 8. 9. 02:45


혼자 부끄러운 날

 

                   임의숙

 

 

가장 빛나는 것이

가장 돋보이는 것이

가장 커 보이는 것이

그에게 있습니다

문지기 영감 호두나무 보다

24 번지라는 우아한 글씨체 보다

맥스의 반가운 꼬리 보다

아름다운 것이

그에게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부러워 하는 것이

그 아름다움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주머니 빵빵하게 호두를 주워오던 날 보다 

죄를 짓는 일 일까요?

훔치고 싶도록 

아름다운 것이

그에게 있습니다

미소와 웃음 입니다.

그는 지체장애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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