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노환 (老患) / 윤영지

서 량 2014. 8. 2. 19:03


노환 (老患)

 

                      윤영지

 


일년의 가운데 한 토막을 잘라

뉴욕에서 서울로 옮겨놓았다

 

"톡 톡 톡"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앞서는 아버지의 소리

 

범접치 못할 기세의 기골장대 백호

뼈 마디마디 터져나오는 비명

홀로 삭이시고

 

쩌렁쩌렁 울려퍼지던 포효

옥죈 가슴으로 쥐어짜이지만 그래도

내색 않으시려는 꿋꿋함

 

송글송글 땀방울 힘겨운 숨결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세월의 흔적들

험산준곡 넘어 견디어낸 숱한 풍랑

 

허물어지는 세월 앞에

올곧은 기상, 초연히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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