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 (老患)
윤영지
일년의 가운데 한 토막을 잘라
뉴욕에서 서울로 옮겨놓았다
"톡 톡 톡"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앞서는 아버지의 소리
범접치 못할 기세의 기골장대 백호
뼈 마디마디 터져나오는 비명
홀로 삭이시고
쩌렁쩌렁 울려퍼지던 포효
옥죈 가슴으로 쥐어짜이지만 그래도
내색 않으시려는 꿋꿋함
송글송글 땀방울 힘겨운 숨결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세월의 흔적들
험산준곡 넘어 견디어낸 숱한 풍랑
허물어지는 세월 앞에
올곧은 기상, 초연히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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