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시간의 축적 / 윤영지

서 량 2014. 3. 23. 11:09

 


시간의 축적


                  윤영지



선명했던 나뭇가지 끝이

어리어리 안개 서리고

전화 너머 또록했던 말소리가

앞뒤 끊겨 아득히 멀어져 간다


마음은 고향 땅 벌판을 가로질러

높은 산도 단숨에 오르내리는데

산책길도 힘겹고 조심스러운 오늘


나도 한 때는 푸른 기상 하늘 찌르던

젊은이였소

나도 한 때는 봄꽃 부럽잖은 꿈 많은

아낙네였다우


겨우내 어둠 뚫고

크로커스, 수선화 싹터 오르는데

다시 올 초록의 기약 아련한

그네들, 그리고 우리네

시간들은 뽀얗게 쌓여만 간다.


201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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