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말띠 해라서 정초부터 말에 대한 글들이 인터넷이며 신문에 자주 쏟아진다. 짧고 급하게 발음하는 말(horse)과 여유를 부리면서 길게 ‘마알’이라 발음하는 말(word)을 텍스트로 표기해 놓으면 똑 같아 보이기 때문에 이 두 단어를 잘 섞어서 재치 있게 모두들 말 재롱을 부린다. 올 말 해에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지 말고 자기 말은 짧게 하고 남의 말은 길게 들어야 한다고 누군가 주장한다.
고추냉이, 혹은 ‘와사비’라 불리는‘horseradish’는 ‘말’과 ‘무’의 조합어로서 겨자만큼이나 자극성이 강한 산채(山菜) 이름이다. ‘horse’는 힘차거나 크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스펠링은 다르지만 ‘horse’의‘h’를 ‘k’로 바꾸어 소리 내는 ‘coarse (거칠다)도 ‘horse’와 말 뿌리가 같다. 숨차게 뛰어가는 말발굽의 사나운 동작이 눈 앞에 떠오른다.
우리는 힘의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horsepower (마력)’을 사용한다. 부동자세에 숨어있는 잠재력도 좋지만 원기 왕성하게 줄달음치는 말의 운동성이야말로 힘의 표본이다.
‘horse sense’는 ‘일반 상식’이라는 뜻이니 이를테면 ‘He has a strong horse sense’ 하면 그가 유별나지 않고 튼튼한 보편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특출한 지식보다는 보편적인 상식이 훨씬 더 큰 힘이랄지.
‘charley horse’는 근육에‘쥐’가 나는 현상이다. 잠을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이불 속에 고양이 한 마리를 넣고 같이 자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hobby’는 13세기쯤 몸집이 작은 조롱말을 뜻하는‘hobyn’에서 유래했는데 나중에 어린애들의 ‘장난감 말’이라는 의미가 됐다. 그리고 19세기 초에 오락이나 취미생활을 뜻하는 추상적인 단어가 됐다. 그리고 보면 조롱말도 우리의 취미생활도 그 크기와 규모가 적당히 작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기쁨은 사소한 일에서 작은 들꽃처럼 몰래 피어나거늘.
‘You can lead a horse to water, but you can't make it drink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하는 영어 격언에도 강하고 드센 말의 타고난 기질이 드러난다. 성격이 강한 사람은 고집불통인 면목이 있기 마련이고 약자들은 으레 강자의 불통적(不通的)인 요소를 미워하는 재미로 사는 법이려니. 그리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마부들이 별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그러면 그럴수록 말이 더 빨리 달리기 때문이다.
당신은 ‘Beating a dead horse (죽은 말 때리기)’라는 표현 또한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사람이 사람을 재촉할 때는 최소한도 상대의 관심과 정성이 제대로 펄펄 살아있는지 아닌지를 사전에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보편적 상식(horse sense)도 없이 거듭 날뛰기만 하는 상황을 우리는 비속어로 ‘죽은 놈 x 주무르기’라 한다. 얼마 전에도 당신은 무모한 짓을 하는 양키 친구에게 ‘Buddy, you are beating a dead horse!’라고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하지 않았던가.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라는 표현도 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또는‘직접 본인한테서’입수한 정보라는 뜻. 자고로 말은 거짓말을 못하는 강직한 기질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올 말 해에 당신이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할 때 상대가 미심쩍어한다면 ‘This is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라고 힘차게 말할지어다. 히히힝!
© 서 량 2014.01.14
-- 뉴욕중앙일보 2014년 1월 15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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