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수필

칠면조 타령 / 전애자

서 량 2013. 11. 29. 21:41

칠면조(TURKEY) 타령

                                                           

 

 

    11 번째 목요일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되는 연휴로 흩어진 가족들이 모여 즐기는 날이다.

    추수감사절의 대표하는 음식은 칠면조와 호박파이를 있다칠면조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멕시코 인디언들에 의해 육용으로 가금화된 , 유럽. 미국 등에서 개량되었다고 한다. 고기는 맛이 좋아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 등의 행사 요리로 많이 쓰인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이 되면 이집저집 칠면조를 굽고 요리하는 냄새가 미국 전지역을 감싼다.

    특별한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은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로 요리를 주었으면 하고 수시로 자기 의사를 은근 슬쩍 나에게 전했다직접적으로 얘기는 안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내가 들으라고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해서 모여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보고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를 먹자고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칠면조 고기를 싫어하는 나는 미국에 와서 결혼전에도 결혼후에도 요리를 적이 없다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요리를 해서 갖다 주어 먹어보지만 고기맛이 쫄깃쫄깃 하지 않고 뻑뻑해서 맛있게 먹은 적이 없다.

   칠면조를 먹을 마다 닭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며칠 전부터 남편이 칠면조 타령을 하니 요리를 해야하나 생각하다가, 요리를 해도 반은 내버릴 것인데 차라리 닭고기나 사다가 맛있게 먹는 것이 낫다고 결정을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닭고기나 사다 먹자고 했더니, 남편은 대답을 하지 않고 한심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작년에는 내가 칠면조 요리를 하지 않는다니까 남편이 직접 칠면조를 마리 사다가  냄비에 놓고 몇시간을 곰국 끓이듯이 끓였다.

    그리고 익은 고기를 꺼내 죽죽 찢더니 곳에 갖은 양념을 넣어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나물 무치듯이 무쳤다양념에 무친 고기는 칠면조의 특유의 냄새는 사라지고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그리고 칠면조 삶아낸 국물로는 된장을 풀고 배추를 넣어 배추 터키 된장국을 만들었다그리고 남은 무친 고기는 빵을 사다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그렇게 작년에는 남편이 요리 솜씨 발휘를 해서 가족이 먹었다만서도, 너무 양이 많아 먹지 못했다. 냄비에 끓인 배추 터키 된장국은 먹으니 먹겠고, 남은 무친 고기도  냉장고에 한참 머물다가는 결국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올해는 내가 칠면조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보고 거이 명령조로 올해는 칠면조 마리를 사다가 오븐에 구워 아이들에게 먹이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요리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 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터키는 사고 닭날개가 붙은 닭다리를 잔뜩 왔다

   추수감사절 아침에 나는 일찍 일어나서 닭도리탕을 했다아침상에 앉은 딸애가  닭도리탕을 보더니

추수감사절에 터키는 보이고 닭이야.”

터키 대신 닭이니 터키로 생각하고 먹어.” 말하면서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을 쳐다보니 마땅한 표정이었다.

    남편은 닭도리탕을 입에 대지도 않고 아침밥을 먹는둥마는둥 하더니 바쁘게 가게 간다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못하는 요리지만 요리책을 보고 볼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맛있게 닭도리탕을 먹는 아이들을 보니 생각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났다왜냐하면 딸애가 옆에 앉아 닭다리를 먹는 오빠를 보고  조그만 소리로 오빠, 터키고기 먹는 날에 닭고기를 먹다니 그렇다.”하는 것이었다동생말에 동의를 하는지 아들은 나를 쳐다보며 머뭇거리더니 큰소리로 엄마, 내년에는 터키날에 닭고기 먹지 말고 남들 처럼 터키고기를 먹읍시다.” 하는 것이었다정말 엄마 체면 말이 아니었고 미안했다내년에는 정말 맛있는  터키 요리법을 배워서 터키날에 터키를 맛있게 만들어 가족들이 칠면조 타령을 안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한국 신문을 보고 있는데 전화 소리가 나서 보니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칠면조 사진과 함께 “Happy Thanksgiving!” 문자가 왔다. 가족들의 칠면조 타령으로 꿀꿀했던 마음이 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