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수필

모과향기 / 전애자

서 량 2012. 6. 14. 01:03


                            모과향기

                                                                            애자

 

    마켓에서 모과 개를 집어 코에 대니 옛날 선을 보았던  울퉁불퉁한 남자가  떠올랐다. 집안이 좋고, 직업이 한의사라며 그와 결혼을 하면 호박이 넝쿨째 들어오는 것이라며 학부형의 극성으로 선을 보았었다.  첫인상이 동화 속에 나오는 덩치가 산만큼이나 산적두목이었다. 그는 내게 첫눈에 반했는지 신상에 관한 지나친 물음에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와 같이 있는 시간은 남편감으로 진짜 아니다.’ 말만 머리 속에  맴을 돌았고, 빨리 그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소개시켜준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집까지 태워준다는 말이 달갑지 않았지만 거절을 못하고 그의 차에 올랐는데  차안에서  은은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한의사라더니 한약냄새인가  무슨 냄새가 이리 좋습니까?” 묻자 그는 모과냄새라고 헀다. 정말 뒷쪽 유리창밑 바구니 속에  못생긴 모과 개가 놓여있었다. 모과향기 때문이었을까?    한의사가 컽모습과는 다르게 모과처럼 속마음은 향기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잠깐의 생각이었다. 그의  많은 구애시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절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마켓에서 모과향기를 맡으며 그가 있는 곳으로 필림을 거꾸로 돌렸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살고 있을까?’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며칠 오는 마지막 봄비 때문인지 괜시리 모과의 행적이 궁금했다.

    마켓에서 나와  NJ.46W. 도로를 타고 가는데 자동차 와이퍼가 차창에 그의 얼굴을 그리곤 지운다. 벚꽃처럼 분분히 흩어지는 사이로 그의 얼굴이 첨가되어 진한 남자의 향기를 품는다.  샤핑빽에서 모과 개를 빼서 안에 남겨두면서   차에서도 그윽한 모과향기가 나길 기대하며 차문을 닫았다. 그리고 변하지도 변할 수도 없는 현주소를 찾아 들어갔다. 밖에는 여전히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