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가을앓이 / 전애자

서 량 2013. 10. 28. 22:45


가을앓이

                      

                             전애자


 

가을비가 창문을 도리질하면서

심장끝에 달린 잎새를 건드린다.

바람이 열어 놓은 꽃들이 젖어

부부 냄새가 향기로 바뀐다.

정답이 없는 세상속에서

외계인이 아닌 외계인이 되어  

그들이 떠드는 소리와 행동에서

자연물들은 존재를 자랑했지만 

곁에 있어도 눈에 들어오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내몸 세우기도 힘들었다.

 

고국에서는

가을을 알려주는 *곰취 피는 소리

겨울준비로 바쁜 동물들의 소리

바람따라 황금 물결치는 벼이삭들

익어 떨어지는 과일들

여름을 보내는 가을비 소리

희노애락이 섞인 자연의 소리들로

가을을 만끽했었는데

타향살이 삼십 년이 되서야

그들 속에서  여유가 생겨

내가 나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 나는 가을비 소리에 동요되어

자연과 함께 가을앓이를 시작하려한다.

 


*곰취:늦은 여름에 피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잎은 산나물로 먹고, 뿌리는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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