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불
윤지영
같이 갈수 없다 말했는데
당신은 말이 없다
내가 슬퍼하지 않는 동안
눈치없는 표정들이 당신 입술위에 돋아
제 각각 다른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이럴 때 당신의 눈빛은 조금더 직각이다
나는 모래로 만든 옷을 입고
단단함을 뽐냈으며
몇번의 추위가 왔었지만
다시 모래로 불을 지펴 꽃을 피웠다
밤이면
촛불앞에 벌거벗고 춤추던 슬픈 꽃들
철지나면 행방이 묘연해지는 느낌표들
정육점 저울대에 놓여
내 심장의 눈금들을 지긋이 눌러주는
붉은 소고기 한덩이 같은
크고 묵직한 그 말이
당신과 나 사이에 난 길들을
자꾸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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