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후렴***

서 량 2013. 7. 10. 19:59

 

걸핏하면 미안하다고 흥얼거리는 그녀에게 크게 정이 쏠리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건 순전히 상대방 기분에 초점을 맞추는 마음가짐이야 나보다 한참 어린 버마 태생 정신과 여의사를 향한 내 정신상태도 마찬가지 메커니즘을 거친다 그녀가 여동생 네 명중 내 평생토록 한 번도 마음을 변변히 주지 못한 여동생처럼 보인다는 점이 이유라면 이유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는 둘 중에 하나만 작동한다

엘리베이터는 적당히 적적하다

엘리베이터는 어떤 부드러운 멜로디도 반복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짙은 구름 빛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마 태생 정신과 여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숨을 가다듬는 순간순간이 수직으로 운행된다 생각의 흐름도 수직운동이다 그때 중력의 위력에 대항하려는 마음이 불쑥 생기는 거야 밖의 비는 비대로 아직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을 거다 이 비좁은 세상 그 누구도 내가 한 말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등골을 타고 7층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 서 량 201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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