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양팔을 활짝 벌린 상수리 나무를 아래위로 훑어봤더니 푸릇푸릇한 바람의 갈기 사이로 나무줄기들의 변덕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지. 당신이 내 기분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이해해야 된다는 법은 세상에 없어요. 관절 응어리 마디마다 솜사탕처럼 포근한 기운이 돌면서 말초신경이 점점 뭉툭해지는 듯 싶더니만 이내 하늘을 가로지르는 긴 손가락들이 울긋불긋 손오공 식으로 둔갑술을 쓰더라니까. 나를 짐짓 압박하는 고기압의 중량감은 또 뭐란 말이냐. 우리 면면한 손짓의 기록은 예수 부활 이후부터 입때껏 결백하대요. 떨기나무의 섬섬옥수가 흔들린다. 응, 참 좋아. 어느 아침 꿈에서 깨어나 저 자신을 의심하는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을 때. 그런 걸 누누이 설명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하며 3월이 내게 와락 덤벼드는 순간 같은 때가.
© 서 량 20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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