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185. 엄마, 그 영원한 버스

서 량 2013. 7. 2. 08:30

1999년부터 2007년에 걸쳐 장장 8년 동안 미국을 흥분 시킨 케이블 티브이 주말 드라마 'The Sopranos (소프라노 가족)'의 주인공 'James Gandolfini'가 2013년 6월 19일 로마에서 휴가 중 51세의 아까운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제임스 갠돌피니'는 폭력이 난무하는 그 드라마에서 뉴저지 마피아의 우두머리, 'Tony Soprano' 역으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는 아내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가장에다가 스스로를 'waste management consultant (폐기물 관리 상담사)'라 칭하면서 마피아 범죄단체를 운영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1875년에 생겨난 말 'mafia'의 어원은 이태리 말로 용감하고 대담하다는 뜻이지만 원래는 고대 불어의 'mafler (식탐하다, 게걸스럽게 먹다)'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다. 사실 극중 마피아 단원들 여럿이 모여 푸짐한 식사를 하는 장면이 한국 멜로드라마 밥상머리를 뺨칠 정도로 무수하게 나온다. 용기도 사랑도 뱃속이 든든해야 생기는 모양이다.

 

그는 또 '공황장애 (panic disorder)'라는 정신질환 증세 때문에 정기적으로 정신과의사를 본다. 심리상담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장면이 내 직업의식을 많이 자극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토니 소프라노는 천둥벌거숭이 마피아 단원들 뿐만 아니라 고집불통의 어머니와, 철딱서니 없는 여동생과, 자살소동을 일으키는 아들과, 엄마와 죽자고 싸우는 딸년, 잘 나가는 조카를 시기한 나머지 자기에게 총질을 한 삼촌, 그리고 남편의 불륜을 알고 이혼을 청구하는 아내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운 좋은 남자란 가지가 많지 않은 나무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인생을 사는 남자다. 

 

토니는 이런 사연들을 정신과 여의사에게 털어 놓다가 은연중 그녀를 유혹하는 수작도 부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상담 도중에 이런 말을 한다. 

 

"This is gonna sound stupid, but I saw at one point that our mothers are... bus drivers. No, they are the bus. See, they're the vehicle that gets us here. They drop us off and go on their way. They continue on their journey. And the problem is that we keep trying to get back on the bus, instead of just letting it go."

 

("이거 바보 같은 말로 들릴 겁니다, 근데 나는 한때 우리 어머니들을... 버스 운전사로 봤어요. 아니, 그들은 버스 그 자체예요. 보세요, 그들은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차량입니다. 우리를 떨어뜨려 놓고 자신들의 길을 간답니다. 그들만의 여행을 계속하는 거지요. 근데 문제는 우리들이 버스를 바로 보내주지 않고 자꾸 그 버스를 다시 타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  

 

'The Sopranos'의 제작자 'David Chase'는 갠돌피니에 대하여 여러 번 공식석상에서 "그의 천재성은 서글픈 눈매에 있다" 했다. 그리고 장례식에서 그를 이렇게 애도한다. "모든 건 자네 눈 속에 있었어. 그 소년다움 때문에 자네는 위대한 배우가 됐던 거야. 그건 바로 어린아이의 반응 같은 것. 단순한 감성, 직선적이고 순수한 마음이었어."

 

그의 눈은 퉁명스러운 엄마에게서 정서적으로 버림받은 소년의 비애를 연상케 하면서도 연약한 여자와 티격태격 다투느니 차라리 사내들끼리 몸싸움을 하는 경쟁의식으로 이글거린다.

 

그의 눈빛에는 인간이 내는 소리 중 제일 높은 영역의 소프라노 음성, 당신과 나의 잠재의식 깊숙이 숨겨진 젊은 엄마 목소리를 향하여 칡넝쿨처럼 뻗어 얽히는 우리의 갈등과 그리움이 있다. 거대한 버스, 그 영원한 모성의 존속을 위하여 뜨겁게 타오르는.

 

© 서 량 2013.06.30

-- 뉴욕중앙일보 2013년 7월 3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813408 

 

[잠망경]엄마, 그 영원한 버스

1999년부터 2007년에 걸쳐 장장 8년 동안 미국을 흥분시킨 케이블TV 주말 드라마 'The Sopranos(소프라노 가족)'의 주인공 제임스 갠돌피니(James Gand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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