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4월과 5월 사이

서 량 2023. 4. 28. 18:12

 

이제야 쉽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 어느 4월 새벽에 코를 골며 자다가 쇠잔하는 꽃잎처럼 잠꼬대가 툭, 떨어질 때 맹탕 터지는 언어의 희롱이 신기하기도 해라. 4월은 나긋나긋하다. 모처럼 상냥한 낯빛으로 고개를 쳐드는 저 무모한 신록의 저력을 견디지 못해, 나 지금.

 

저의 불온한 대뇌 안쪽에 숨어있는 신경조직이

지직! 지지직! 전자파동을 일으키는 내내

몇 번이나 혼절을 했는지요.

 

우리의 순결한 몸 장난은 순전히 사랑 때문이었어. 당신이 철없이 그리운 동안 먹구름 뒤쪽에서 확, 밝았다가 내가 모르는 이유로 스르르 사라지는 빛의 춤사위를 턱없이 보았거든. 상서로운 낌새라 말하고 싶겠지. 눈부셔라. 나 지금 눈까풀을 일부러 밑으로 내리고 있다.

 

시작 노트:

쉬운 말과 어려운 말은 순전히 주관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하는 말도 그렇다. 4월 말경 어느 새벽에 스스로의 잠꼬대 소리를 듣고 선잠에서 깨어나 곧 닥쳐올 5월을 생각한다.

 

© 서 량 2013.04.20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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