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머리칼이 쑥쑥
보랏빛 하늘로 뻗치는 여인아
콧등에 손가락을 슬쩍 대는 순간
아버지 본적지 초가집 마당
노적가리 밑
코끝 뭉툭하고 뱃살 폭신폭신한
그 옛날 숯검정 강아지만큼
갈색 체감온도가 쑥쑥
보랏빛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여인아
날개 접은 나비처럼 적막한 귀밑머리 아래로
땀을 뻘뻘 흘리는 내 여인아
시작 노트:
프랑스 화가 모네는 1890년과 이듬해 1년 사이에 노적가리 그림을 서른 몇개를 그렸다 한다. 내 나이 열 살 때 할머니가 홀로 사시던 경기도 농촌 초가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다. 거기에 숯검정 강아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워리였다. 매미 소리 요란한 집 마당 노적가리 밑에서 워리와 놀았는데 참 즐거웠다. 모네 그림에 나오는 노적가리와 비슷해 보이던 삼각형 모양의 짚풀더미였다.
© 서 량 20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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