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벌레

서 량 2023. 3. 10. 19:43

 

벌레

 

비바람 그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었네
비바람 소리 꿈결보다 더 크게 들리고
빗속 벌레 소리 요란하네
비에 젖어 노래하는 벌레
비와 몸을 섞는 소리

가까이서 들리네
비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
나를 올라 타는 벌레
참숯불로 타다가 아침이면
폭삭 사그라질 벌레 한 마리로
나는 점점 숨이 막히네

 

시작 노트:
비바람 소리에 섞여 들리던 창밖에서 들리던 소리는 개구리 소리, 귀뚜라미 소리처럼 들렸다. 무슨 합창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 순간 얼토당토않게 무당벌레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무당벌레라는 말은 시에 일부러 집어넣지 않았다. - 2023.03.11

 

© 서 량 200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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