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자
최양숙
염증을 가렸던 립스틱을 지운다
내 안의 깊은 곳을 드러내야 할 때
눈을 감을까 뜰까를 고민한다
세속의 욕망을 간직한 티끌은
언제나 또 그만큼
그 자리에서 신경을 건드린다
거품 가득한 수세미로
떠오르는 얼굴을 지운다
아스팔트를 파내는 치열함으로
기억을 새로이 조각한다
연탄재를 묻힌 지푸라기로
냄비에 더께로 앉은 고통을 닦아낸다
눈을 뜰 수도 감을 수도 없었던
빨랫줄에 매달린 버거운 시간들
사르륵 사르륵 크르륵 크-크
입이 작은 멸치의 얼굴은 예쁠까
찢어지는 입은 조용한 비명을 그린다
입을 헹군다
아무리 뱉어도 버리지 못하는 미망이
물거품 속에 한 줄거리에 달려 나온다
치과 의자에는 날개가 없고
자물통으로 닫아걸었던 시간이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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