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할로윈 / 임의숙

서 량 2012. 10. 31. 10:51


할로윈


                                             임의숙



오! 잭오랜턴 

칼자국 또렷한 삼각의 외눈, 어긋난 잇자국 통로

오렌지 끝자락 태우며 촛불은 계피 향 피리를 불고

저녁은 마녀의 주문을 외운다  

깔 깔 깔 깔 초인종 초마다 분마다 꿀꺽 삼키지

안녕 안녕 귀여운 잡귀들

백설공주는 검은 머리카락이 아니었고 난장이는 없었다   

초콜릿 핥듯이 굴리던 눈동자들 

영웅이라는 빛을 잠시 잃기도 하지

너의 사탕이 더 커 보일 때

슈퍼맨 아이는 스파이더맨의 아들을 울렸다

굵힌 씨앗들의 영혼은 달콤하지

박제된 거미들의 전설로 풀어낸 거미줄 이야기 헐거워 질 때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호박파이 꿈을 안고 잠이든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드라큘라 손을 잡고 찾아오고

마리오 형제와 국적 의문의 투사들이 찾아왔다

좀비들과 해적 부대원들의 지난 해 전투는

좀비들의 대 역전 승이었다는데...

사탕을 깨물어 먹다가 빗나간 주먹들이 맞짱 뜬

터진 코피 쓱쓱 닦으며 수염이 자라기도 한다는데

쉬,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 걸음에 걷어 차여 터지는 호박들의 불꽃축제

나뭇가지마다 두루마리 화장지 유령의 날개로 팔랑이고

절대 익지 않을 계란 노른자 비웃음이 번져가는 차 창문

초대장 없이 찾아온 박쥐들은 초인종을 깨워 폐막식을 알리는데

우리는 그들을 악마가 아닌 악당들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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