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통증의 집 / 윤지영

서 량 2012. 10. 28. 03:22


통증의 집

           

                            윤지영


 

툭,툭

집 짓는 소리

이번엔 왼쪽 뇌관이다

 

흐르지 않기 위해 서로를 부둥켜안는 것들

어린아이 인중에 달라붙은 누런 콧물처럼

오랜 세월 쌓인 불순물 사이에 하나 둘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젖은 음식을 즐기고

영롱한 붉은 빛도 미련 없이 버렸다

 

머리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는 일은

약간의 타협이 필요한 일

속없는 바람들이 느슨해진 자리를

기웃거린다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더는 갈수 없다니

더 이상 길이 아니라니

수십 년을 뜨겁게 울며 가던 길

태초에 당신에게서 받은 그 약속

 

몸 안의 온도를 높여주면

한 번쯤 다시 움직여줄까

뜨겁게 떠나

차갑게 심장을 식혀오는

순례의 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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