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집
윤지영
툭,툭
집 짓는 소리
이번엔 왼쪽 뇌관이다
흐르지 않기 위해 서로를 부둥켜안는 것들
어린아이 인중에 달라붙은 누런 콧물처럼
오랜 세월 쌓인 불순물 사이에 하나 둘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젖은 음식을 즐기고
영롱한 붉은 빛도 미련 없이 버렸다
머리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는 일은
약간의 타협이 필요한 일
속없는 바람들이 느슨해진 자리를
기웃거린다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더는 갈수 없다니
더 이상 길이 아니라니
수십 년을 뜨겁게 울며 가던 길
태초에 당신에게서 받은 그 약속
몸 안의 온도를 높여주면
한 번쯤 다시 움직여줄까
뜨겁게 떠나
차갑게 심장을 식혀오는
순례의 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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