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보름달
윤영지
어제 밤 보지 못한 보름달이
이른 새벽 회청색 하늘을 훤히 밝히고 있었어
어, 근데 왜 이렇게 반가운 걸까
그저 얼싸 끌어안고 울고 싶었지
머얼건 하늘 한 켠으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갈대밭에 외쳐대는 이발사가
집게손가락 구부리고 꼬드기며
한 눈 찡긋 입꼬리 올린 웃음을 흘리는 거야
한 손 내밀어 그 교활한 얼굴을 싹싹 지워버렸지
피식 헛웃음 지으며
그렇게 묻어두고 묵묵히 출근길을 가고 말았어
여느 때처럼.
201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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