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새벽 보름달 / 윤영지

서 량 2012. 10. 2. 05:13

새벽 보름달

 

                             윤영지

 

 

어제 밤 보지 못한 보름달이

이른 새벽 회청색 하늘을 훤히 밝히고 있었어

, 근데 왜 이렇게 반가운 걸까

그저 얼싸 끌어안고 울고 싶었지

머얼건 하늘 한 켠으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갈대밭에 외쳐대는 이발사가

집게손가락 구부리고 꼬드기며

한 눈 찡긋 입꼬리 올린 웃음을 흘리는 거야

한 손 내밀어 그 교활한 얼굴을 싹싹 지워버렸지

피식 헛웃음 지으며

그렇게 묻어두고 묵묵히 출근길을 가고 말았어

여느 때처럼.

 

201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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