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수족관 / 송 진

서 량 2012. 9. 18. 09:24

 

수족관

 

                               송 진

     

 

서걱 베일듯한 예리한 수평선을 둘러쳐

하늘과 확실한 경계를 짓고

안으로 꽉 걸어 잠근 당신의 바다

얘야, 더 들어가면 죽어!

 

나는 어느새 수족관으로 흘러든 한 마리 물고기

당신의 은밀한 곳을 탐색한다

 

제도가 찍어낸 발광체의 건조한 빛은

그나마 굴절되어 당신을 가린 베일에도 닿지 못하고

허기진 나는 끝내 당신의 속살에만 집착한다

 

독이 들어있을 예감을 이제껏 탐식하다

어느새 길들어져

길에서 길을 묻고 길 아닌 곳에선 증발되는 나

 

물때 낀 유리벽은 내 모습조차 비추지 못하고

침묵은 겨우 방종만을 증거하는 당신의 품 속으로

날마다 찾아오는 꿈

아침 햇살이 민망스러워 슬며시 뒤척이는 선정적인 그 바다

 

마침내 저 빗장을 확 열어 젖히는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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