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검은 금붕어 / 임의숙

서 량 2012. 8. 6. 21:55

 

검은 금붕어

 

                          임의숙

 

              

발자국 소리가 들려요

검은 쥐들의 발자국 소리

굵은 모래 사이를 파 헤치며

남겨 놓았을 저녁의 무늬를 찾고 있어요

밥을 굶은 밤이였죠

구운 자반고등어의 비린내가

검은봉지 속에서 바삭바삭 울고 있었죠

흰눈동자를 닫지 않은 채

동그란 후라이 팬 사막을 뜨겁게 걷다가

기름진 화상의 색채를 얻게 되었죠

소금이 뿌려진 살갗에서는

하얀 파도가 굳어 떨어졌죠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지글지글 바다가 돌고 있었죠

밥 먹어라 밥 먹어라 엄마의 목소리가

찰랑찰랑 내 울음을 잡아낼 때마다

목젖에서는 고양이의 발톱처럼

고등어를 슬금슬금 쫓아갔어요

검은 눈동자를 닫지 않은 채

사춘기의 향내를 맡기 시작한 거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앙칼지게 우는 법을 배웠어요.

물거울에 비치는 지느러미의 지문들이 선명하네요

밥 주세요 밥 주세요 금붕어의 목소리가 통통 뛰어 올라요

밥 먹어라 밥 먹어라 엄마의 목소리가

금붕어를 키우고 있는 걸까요

지금은 언제나 배고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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