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가족
윤영지
아빠 거위 따라 엄마 거위, 그 뒤로
총총 걸음 아기 거위들
한적한 찻길에 오가는 몇몇 차들이
거위 가족 길 건너기를 기다린다
날마다 오던 산책길
먹이 찾아 나섰던 가족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물가의 나무 대신 들어선
커다란 포크레인
늘 있어왔던 작은 호수에
가득 메워진 흙더미
우왕좌왕 뒤뚱뒤뚱
날마다 먹이 찾던 기억을 더듬어
언저리를 계속 맴돌고,
그러고도 몇 날 며칠을
줄곧 찾아오는데
변해가는 세상을 잽싸게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습관적으로 오가고 있는 내가
거위와 함께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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