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거위 가족 / 윤영지

서 량 2012. 6. 20. 09:49

 

거위 가족

 

                         윤영지

 

 

아빠 거위 따라 엄마 거위, 그 뒤로

총총 걸음 아기 거위들

한적한 찻길에 오가는 몇몇 차들이

거위 가족 길 건너기를 기다린다

 

날마다 오던 산책길

먹이 찾아 나섰던 가족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물가의 나무 대신 들어선

커다란 포크레인

늘 있어왔던 작은 호수에

가득 메워진 흙더미

 

우왕좌왕 뒤뚱뒤뚱

날마다 먹이 찾던 기억을 더듬어

언저리를 계속 맴돌고,

그러고도 몇 날 며칠을

줄곧 찾아오는데

 

변해가는 세상을 잽싸게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습관적으로 오가고 있는 내가

거위와 함께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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