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아카시아 / 임의숙

서 량 2012. 5. 18. 06:28

 

아카시아

 

                            임의숙

 

 

톡 쏘는 향에

딱따구리는 먼 기억 속 퉁퉁 부어 오른 추억을 파내고 말았다

이름 없는 얼굴 하나 불러 들였다

이 핑계 삼아

두 개의 잔을 받쳐 들고 네 개의 눈을 가린 채

너의 꽃잎을 따 먹는다

어느 산 새의 부리가 부르르 떨다간

산사의 샘물로 혓바닥의 가시를 뽑고

숭숭 헐거워진 뇌의 구멍까지도

푸르른 민트향 돋아

싸아하게 몸부림친다

 

아카시아

손바닥이 Yes 또는 No를 외치다 간다

 

아카시아

가슴 안과 밖이 Love me 또는 Not을 외치다 간다

 

한 잎의 미련이 마지막으로 떨어질 때

다시 한 줄기 잎사귀가 새 물음표로 시작되고

아카시아 사랑받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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