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전애자
스님 두 분께서 농장에서 직접 캐신
봄동을 안고 위로차 새 가게를 방문하셨다.
올 겨울은 다른 해보다 따뜻했건만
인정사정 없는 인심에 힘든 겨울이었다.
가게 주인이 자기가 쓰겠다며
가게 리스를 더 주지 않아
이십 년 동안 사다 팔고 남은 물건들을
무빙 세일할 시간도 없이
싸는데 한 달이 걸렸고
푸는데 한 달이 걸린 이사를 했다.
삼월이 되니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
웃으며 말을 건네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속말 카드는 우울한 말만 맴돌아 머물고
세파에 시달린 가슴은 달랠 길이 없었는데
스님이 가져오신 봄동으로
봄동 겉절이를 만들어서 밥상에 올리니
남편은 오랜만에 웃음을 띄며
얼은 땅 속에서 혹독한 비, 바람 속에 죽지 않고
자란 봄동은 자연이 주는 보약이라며
봄이 되면 봄동 무침, 봄동 된장국을 해 주시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면서 귀한 것이라며 맛있게 먹었다.
봄동은 매서운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자라
보기에는 질길 것 같은데
연하고 아삭아삭하면서 달고 향긋한 봄향기까지 나서
이사로 힘들었던 응어리가 풀리는 듯 하였고
창으로 들어오는 봄볕이 따뜻했다.
하찮은 봄동도 혹한 추위 속에서도
맛과 향을 잃지 않듯이
말씀은 안 하셔도 봄동을 안고 오신
스님의 깊은 뜻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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