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죽 구두
황재광
현관에 가지른히 벗어둔 소가죽 구두 한 짝
돗을 내리고 출항을 기다리는 범선 같은
미끈한 몸 윤기나는 저 구두의 비운 마음 속
멋대로 생겨 먹은 내 발가락
퀴퀴한 나의 두 발바닥을 받들어
가시밭 세상 길 걸어 가는 구두에게 감사한다
구두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도 감사한다
속 옷 겉 옷 다 벗어주고 길 떠난 소에게도 감사한다
그 소를 낳아 준 어미소에게도 감사한다.
그 어미소의 어미소 아비소에게도 감사한다
소들을 살찌우게 한 초록 풀잎들에게도 감사한다
풀을 키운 하늘의 태양, 맑은 이슬
목동에게도 감사한다
하느님께 감사한다.
가시밭 세상 길 걸어가는 구두에게 미안하다
구두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도 미안하다
속 옷 겉 옷 다 벗어주고 길 떠난 소에게도 미안하다
그 소를 낳아 준 어미소에게도 미안하다.
그 어미소의 어미소 아비소에게도 미안하다
소들을 살찌우게 한 초록 풀잎들에게도 미안하다
풀을 키운 하늘의 태양, 맑은 이슬
목동에게도 미안하다
소의 정수리를 내리 친 쇠망치에게도 미안하다
도살장으로 고삐를 쥐고 가던 그 발걸음에게도 미안하다
하느님께 감사한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리는 모정 / 윤영지 (0) | 2012.02.17 |
---|---|
방관 / 송 진 (0) | 2012.01.28 |
겨울새의 언어 / 최양숙 (0) | 2012.01.18 |
벽난로 / 임의숙 (0) | 2012.01.13 |
마이산 능소화 / 송 진 (0) | 2012.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