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소가죽 구두 / 황재광

서 량 2012. 1. 18. 19:11

소가죽 구두

 

                              황재광

 

 

현관에 가지른히 벗어둔 소가죽 구두 한 짝 
돗을 내리고 출항을 기다리는 범선 같은
미끈한 몸 윤기나는 저 구두의 비운 마음 속

멋대로 생겨 먹은 내 발가락 

퀴퀴한 나의 두 발바닥을 받들어  

 

가시밭 세상 길 걸어 가는 구두에게 감사한다 
구두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도 감사한다
속 옷 겉 옷 다 벗어주고 길 떠난 소에게도 감사한다
그 소를 낳아 준 어미소에게도 감사한다.

그 어미소의 어미소 아비소에게도 감사한다 
소들을 살찌우게 한 초록 풀잎들에게도 감사한다

풀을 키운 하늘의 태양, 맑은 이슬

목동에게도 감사한다

 

하느님께 감사한다.

가시밭 세상 길 걸어가는 구두에게 미안하다 
구두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도 미안하다
속 옷 겉 옷 다 벗어주고 길 떠난 소에게도 미안하다
그 소를 낳아 준 어미소에게도 미안하다.

그 어미소의 어미소 아비소에게도 미안하다 
소들을 살찌우게 한 초록 풀잎들에게도 미안하다

풀을 키운  하늘의 태양, 맑은 이슬
목동에게도 미안하다

 

소의 정수리를 내리 친 쇠망치에게도 미안하다

도살장으로 고삐를 쥐고 가던 그 발걸음에게도 미안하다

 
하느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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