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팔바지

서 량 2012. 1. 13. 20:57
            

 

포항제철 공사는

아직 화제에 오르지 않았지요

이승만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떨렸어요

명동 극장 건너편

명동 경찰서 앞을 지나는

젊디 젊은 종아리들이

트럼펫 소리를 내기 시작했답니다

모두의 허벅지가 허전했어요

밀착된 우리들 생각이 분산되면서

머리칼이 어깨까지 치렁치렁한

히피족 혼령들이 미도파에서

소공동 가는 길을 어슬렁거렸지요

봄바람에 펄럭이던 자유당 깃발이

발기발기 찢어졌고요

동네 구멍가게 옆

대서소 유리창 땀구멍을 뚫고  

왕십리가 떠나가라 트럼펫 소리가

한참을 요란하게 울렸어요

한여름에도 발등이 시렸습니다

  

© 서 량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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