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고등어에 대한 솔직한 고민

서 량 2011. 12. 31. 22:04

 

어떤 고등어는 역사책에 나오고

어떤 놈은 티브이에도 출현하지만

대부분 고등어들은 실명도 닉네임도 없이

평생을 소리 소문 없이 살다가 등지느러미 힘이 쑥 빠지는 날 

지구본 꼭대기 북해 근처로 사라진다던데 슬그머니

 

눈이 파란 싹싹한 고등어며

고집불통 곱슬머리 고등어도 있고

뼈대 있는 가문에서 건방지게 태어난 고등어도 있대

 

나는 몸매 늘씬한 고등어들 중에 티브이 프로

"나는 고등어다"에 피디와 몰래 짜고 나타나 어느 날

오만 상을 찌푸리며 비린내 나는 목청을 돋구며, 도무지

다른 고등어들을 고등어로 취급하지 않는, 등때기가 지글지글

기름진 고등어를 형편없이 싫어하는데

 

 

© 서 량 2011.12.3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나팔바지  (0) 2012.01.13
|詩| 겨울꽃*  (0) 2012.01.08
|詩| 고등어를 위한 심각한 고민  (0) 2011.12.29
|詩| 중국집에 대한 대화  (0) 2011.12.22
|詩| 새벽 별  (0) 201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