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새들의 흔적

서 량 2011. 12. 16. 20:59

 

새들이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녔어요

펭귄인지 땡볕 아래 눈부셔하는 도마뱀인지

분명치 않았어, 도무지

새들이 어기적어기적

걸어갈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다 쓸데 없는 호기심이었어요

새들이 모래사장 물결무늬 위에만

알뜰살뜰한 표피를 떨어뜨리는 줄로 알았더니

서재 아래 차고 앞 아스팔트에도 글쎄 

사랑의 불씨를 남기는 거에요

새들이 어기적어기적 걸어 다녔다는 증거,

그들 발자국 위로 반나절 동안

비가 내렸어, 살금살금

새들의 깃털 냄새를 말끔히 지우면서

그 어떤 상큼한 펭귄이나 도마뱀의 전기현상도

살아남지 않도록

 

 

© 서 량 201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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