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김정기
십일월이 떠나는 들녘에 서서
꽃을 피우는 친구여
밤마다 그림자가 나온다
연기가 나온다. 눈에서 입에서
버렸던 사람이 다시 찾아와
눈이 날리면 만날 수 있다고
알 수 없는 슬픔의 발원지에
힘든 나날을 이겨낸 나를 찾는 손짓이다.
늦가을 억새꽃으로 피어
바람을 타고 가는 길을 막는 손
물기 빠진 몸이
발붙인 웅덩이에서 물거울을 꺼내 본다
가을이 가고 다시 가을이 오는
그림자도 연기도
꽃이 되는 나이.
© 김정기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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